[도서리뷰]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이 책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읽고 싶은 책 중 하나라고 말하니 직장동료가 빌려주었다. 3시간 정도 각잡고 읽으니깐 금방읽었다. 작가의 정신과 상담기록을 구어체로 표현돼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있었다.
먼저 나는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우리나라 사회에선 정신과 진료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 정신과 다닌다고 말하기도 어렵지 않나? 마치 치질때문에 항문외과를 못 가는 것처럼. 비슷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치부라 생각해서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마치, 정신과 다닌다고 말하다면 당장이라도 우리 부모님은 세상 무너질 것처럼 볼 게 뻔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감기라 하는 우울증도, 우울증이라고 진단내려지는 순간 자살이라는 단어가 연관되어서 떠오른다. 누군가는 우울? 이러면서 너가 나약해서 라며 개인의 문제로 취급하기 일쑤다.
처음에는 공감되었다. 살면서 어찌 비교를 안 당하면서 살 수 있을까? 인간의 비교는 어찌보면 거울이 생겨서라는 고전 얘기가 있듯이 비교는 우리가 살면서 숨쉬듯 접할 수 있다. 내가 살면서 가장 먼저 비교를 당한 곳이 어딘가 생각해보았다. 바로 집이었다. 특히 형제, 자매기 았는 집안이라면 언니/형/동생들 걔네는 안 그랬는데 너는 왜?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었던 것 같다.
소위 말해서 우월감, 내가 누구보다는 낫지!라는 말은 자신감이 아니라는 것이다. 살면서 입밖으로는 꺼내지 않더라도 속으로는 생각하는 말이다. 나 역시, 내가 못해도 저정도는 아니다. 이런류의 말, 자신감이 아니라 우월감이고, 우월감은 곧 열등감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비교하는 것은 자신이 그보다 낫다는 것을 찾기 위함이 아닐까? 정신승리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가 말하길 학벌에 대한 열등감과 우월감을 느끼는 것도 나온다. 자신을 기준이 아닌 타인의 기준으로 바라보니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모든 사람한테 내 성심성의 다하면서 살지 않기로 결심한 이후로 나는 많이 달라졌다. 낯을 가린다면 가린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지금이 더 행복하다. 그때는 남들 눈치보느라 예스걸에, 착한아이 증후군 같았다. 어쩌면 인정욕구가 매우 강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자존감이 낮아서 인정욕구가 강했을지도 모른다. 당시 나는 모든 사람들한테 좋은 사람으로 보이길 바랬다. 내 은사님이 나한테 해준 말이 내 인생의 나침반이 되었다.(내 인생의 나침반이 되는 몇 가지 말이 있다.)
"너도 모든 사람을 안 좋아하잖아. 모든 사람이 널 좋아하길 바라는 건 너무 이기적인거 아니니?"
이후 나는 바꼈다. 나를 좋아해주고, 좋아하는 사람들 바운더리를 정하고 이들을 더 신경쓰기로 결심했다. 바운더리 외에 있는 사람들한테는 적당히, 정도껏이라는 단어처럼 대한다. 나쁘게는 대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아니다. 그냥 신경을 더 쓰냐? 아니냐?의 차이다.
읽으면서 작가님의 질투(질투와 열등감은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한다.)와 관심받고자 하는 욕구가 느껴졌다. 직접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이 사람의 말을 통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추측할 수 있으니까. 누구나 가지는 원초적인 감정이지만 이런 감정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나도 자존심이 세다. 질투라는 감정은 느끼지만, 정작 내 본심을 드러내면 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부러우면 지는거야' 말처럼 말이다. 또, 사회적인 평판을 의식하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감정에 치우쳐서 정상적인 자기 생활을 못 한다는게 문제다. 이러니깐 병원갔겠지 싶다. 나는 작가님과 달리 단순해서 그럼 말고 식이다. 낙천적이라고 볼 수 있다. 때론 무심하다.
자기자신을 오롯이 인정할 수 있는 용기
사람은 수많은 자아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중인격을 말하는 게 아니다. 가족이랑 있을 때의 나, 회사에서의 나, 친구랑 있을 때의 나 등 다양한 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도 속으로 다중인격인가 싶을정도로 친한사람이랑 있을때와 그렇지 않을때 갭이 매우 크다. 하물며, 대학선배가 내가 다니는 직장의 후배로 들어왔는데, 나보고 충격먹었다고 얘기했다. 학교다닐때는 무서웠는데, 회사에서는 쾌활한 줄 몰랐다고 한다. 나도 내 자신이 싫을때 있다. 성격이 급해서, 욱해서 욕하기도 한다. 잡생각도 많다. 그럼에도 어쩌겠나? 이 몸이 내 것이다. 영화 <셀프리스>처럼 타인의 몸에 내 뇌를 이식하지 않는 한 죽을때까지 데리고 살아야 한다. ㅋㅋㅋ 그래도 못난 내가 없다면 과연 내 삶은 있을까?라는 철학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내 인생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은 나라는 것이다. 그니깐 힘들면 힘든 감정을 생각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나 역시 회사 다닐때가 생각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울증이었던 것 같다. 한글을 열고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뚝! 흘렀다. 눈물난지도 몰랐다. 입 벌려서 침 흘린거라고 착각했다. 너무 놀라서 황급히 화장실로 갔다. 뻘개진 눈때문에 세수하고 화장을 다시 고쳤다. 집에 가서는 다음날 눈 뜨는게 무서워서 잠이 안왔다. 일부러 걸어서 퇴근했다. 2-3시간 걸으면 진이 빠져서 일찍 잠들기 때문이다. 그때 생각해보면 나 역시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으로 나를 보호하고, 위로했던 것 같다.
나는 sns를 안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계정은 있지만 단지 rt나 팔로우하는 정도? 내 일상생활을 공유하거나 등등 남이 올린 글을 읽으면서 까지 시간을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남한테 별로 그렇게 관심이 많지 않다. 또 다른 이유는 남들 잘사는 모습보면서 초라한 나 자신과 비교할 것 같기 때문이다. 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사진 속 그들은 멋지지만 일상에서도 그렇게 흘러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작가님 너무 피곤하게 사시는 듯, 나는 모르겠다. 건강한 생각!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