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이 느낀 7년차 직장생활 체험기
단순한 일기다. 요즘 들어 기분이 제대로 제어가 안되고 외톨이처럼 부유하는 기분에 잠식되어 있다. 가뜩이나 회사에서 더 그렇다. 모든 직장인이 그렇게 느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다. 하지만 요즘 그 빈도가 너무 잦고, 감정의 진폭도 커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다. 예전에 이직준비하다가 어쩔 수 없이 포기했던 게 계속 생각났다
개인적으로 만 6년 넘게 직장생활을 겪으면서 나라는 사람은 성취욕과, 그에 맞는 보상을 매우 중요하게 느낀 사람이었다. 취준 할 때는 나라는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지금 이 방황을 하지 않나? 뒤늦은 사춘기에 시달리고 있다. 그 시기에 맞게 사춘기 오는 것도 복이라니까. 하지만 더 늦게 오는 것보다 지금 겪는 게 낫지 않냐며 정신승리 중ㅋ
취업, 그리고 존버의 여정
나는 운 좋게도 24살(당시 내 동기 중에 제일어림, 나이가 깡패)에 대학졸업하고 공기업에 입사했다.
행복한 직장생활은 모두 서로 비슷하고 불행한 직장생활은 각기 달리 불행하다. 얼마 차이도 안나는 입사순으로 선배질하는 젊은, 늙은 꼰대(연공서열)와 유교의 덕목 중 하나인 장유유서(나이순)가 직장에 자리 잡았다. 특히 장유유서로 위장해서 지뢰처럼 도사리고 있는 성차별도 여직원한테는 또 하나의 장벽이다. 근데 단순 나이 때문 일거라고 성차별 아니라고 애써 모른척하는 게 현실이다. 극남초회사에 존엄하게 버티고자 했으나, 요즘 들어 한계에 부딪혀 못 버티고 탈주할 생각이 든다. 일을 하면 할수록 내가 갈리고 있구나라고 생각이 든다.
뭐 여자는 항상 서무시키니까 서무하면서 느끼는 건 서무(aka. 잡일 of 잡일) 티는 하나 안 나지만 일을 하면 느끼는 현타는 따라오기 마련이다. 단위 사업을 위해 예산을 정리하고 그 외 각종 고지서 납부, 수당 지급 등 당연하지만 잡스러운 일들이 많다. 또한 윗대가리가 멍청한 짓을 하더라도 서무는 당연히 수습해야 한다는 븅딱 같은 분위기가 있더라. 실례로 사업 담당하는 직원은 예산에 맞춰서 사업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사업을 진행하고 예산을 맞추는 지독한 사람이었다. 계약해 놓고는 나보고 수습하래 ㅋㅋㅋ 얼씨구 사고이월까지 내더라. 사고이월내서 예산집행률 못 맞추는 거였는데 꾸역꾸역 억지로 맞추고, 예산팀에서 '나한테 그러게 본예산 잘 세웠어야지' 말하더라. 내가 개 쳐 울면서 "제가 본예산 세운 거 아니라고요. 사고이월 낸 사람이 세운 거예요"라고 하니 그분 언제 내려가냐고 나를 위로해 줬다. 연민의 아이콘이 되어버렷. (내가 튈 거라고,, 제발,, 이거는 단편일 뿐. 말잇못,,,)
나도 업무 하면서 지금 직장동료와 트러블을 겪고 있고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해결책이 있다면 인사이동인데, 작년 9월부터 좀만 참으라는 상사의 말만 몇 번을 들었는지 내 인사권은 상사가 족쇄처럼 쥐고 있어 서무에 묶여있다. ㅅㅂ.
기술직으로 입사했지만 열라 후회했다. 왜냐하면 돈이 정말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걸 여기서 느낀다니까. 펜(사무행정직)으로 예산을 줄지 말지 정하지고 칼(기술직)은 그저 받들 뿐이다. 기술직이 상대적으로 사고 날 위험도 크고, 중대재해법 발효로 안전사고 예방에 힘쓰기 위해선 안전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정작 펜은 생각 안 하지. 산재 남일이거든. 사무행정직 직원이 다치는 게 아니라 기술직 직원이 다치고, 산재발생으로 기술부서의 부서평가가 깎이게 되는 거니까. 오히려 좋지 ㅋㅋ 밑바닥에 깔게 되거든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안다.
일을 할 때 주변사람을 배려하며 하려고 노력했는데, 일을 하나라도 더하면 배려가 아니라 당연하다는 식의 태도가 너무 주옥같아서 지금 이 글을 쓰면 눈물이 고인다. 자질구레하고 티하나 나지 않는 일 투성이라 손만 많이 가는 무침나물요리 같은 일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일을 하면 티 내는 게 중요하다는 걸 정말 많이 느꼈다. 나 같은 경우 누가 칭찬해 주면 쑥스럽고, 민망한 감정이 더 큰 나로선 생색내는 게 어찌나 진입장벽이 높은 일인지 ㅋ
사실 내 상사는 나의 노고를 알기는 아는 것 같다. 운이 좋게도.
'너는 적어도 내(상사)가 할 일을 네가 정리해서 주변 사람한테 요청하고, 업무 할 때 내가 대신하고, 업무처리했으니 신경 안 써도 된다고 말하는 게 고맙다'라고 나한테 술자리에서 말하더라. 사실 상사가 워낙 책임감이 넘치고 일도 많이 해서 나도 많이 도와드리고 싶었다. 이렇게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무기력해진 나 또한 힘이 나게 만든다. 비록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지만
근평, 찌질의 역사
대학 때 조별과제를 해보면 공산주의가 왜 망했는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직장생활도 똑같다. 아니 인간사회가 똑같을 것이다. 조 마다 일을 할당량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조원의 성격, 능력치 등 개별적인 요건에 따라, 조원마다 배분되는 일의 양은 매우 상이하다. 전에 말했던 것처럼 일은 개 못하면 일을 안 주고, 일을 개 잘하면 일을 개 많이 준다. 나 같은 경우는 손이 빨라서 후자, 소위 말하는 '흑우'가 되어버렸다.
알제? 흑우는 일은 일대로 하고 근평은 개같이 받는 것까지 해야 될 수 있다. 근평 잘 받으면 열심히 일해서 좋은 성과를 얻는 거니까 힘들어도 감내할 수 있다. 우리 팀장이 빈말을 못 하는 성격이다. 원체 사람이 투리구슬같다. 내가 일하느라 조금 늦게 퇴근하게 되었는데
팀장이 나보고 "서무 일 많은데 힘들겠어"라고 말을 건넸다.
"쑥스러움 많은 나는 원래 팀 업무가 많아여 다들 고생하고 있어여^^"
옆에 있는 차장이 팀장한테 "그럼 근평을 잘 주시면 되죠?" 말했다.
팀장은 대답이 없었다.
근평 수는 못 받겠군 싶었다. 어차피 근평 "수"는 물 건너간 거는 알고 있지만 이 정도일 줄 확인사살당한 기분이다. 서운이라는 감정은 참 서운하게 만들고 때론 사람을 찌질하게 만든다. 내가 이런 점을 어필하면 주변사람들은 오히려 배부른 소리 한다는 눈치와, 결혼한 남자동기보다 근평 낮게 받을 수도 있지 않냐며 오히려 나만 미친년 되는 거 실화?
공부하고 있는데 시간을 할애해 지금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글을 쓰는 건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망글을 쓰면서 나 역시 제 삼자의 시작에서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게된다. 글 쓰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주변에서 내가 말하는게 재밌다고 해준다. 누군가 이 망글을 보면서 공감하고, 위로받는다면 영광 그 잡채.
당신만 힘든 거 아니라고.
오늘 하루 고군분투한 당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