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이 온다
올해로 90년생은 딱 서른이 된다. 만으로는 아직 20대이지만, 그래도 한국식 나이로 계산할 때 말이다. 나 역시 9n년생이다.
먼저 생각보다 현실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어서 놀랐다.
'새롭다'라고 말하기엔 좋게 평가하는 것 같고, 특이하다고 빛춰질 수 있는 지금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고 한다.
작년 한 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S여고 사태
S여고 사태는 지금 열풍인 <SKY캐슬>과 맞닿아 있다. 결과만 좋다면, 과정은 무시할 수 있다는 모습이. 어찌 보면 우리사회의 결과주의를 학교라는 공간에 빗대어 표현했다. 성적만 좋으면 된다. 성숙한 인간이 아닐지라도.
내가 학교 다닐 때, 공부는 잘하지만 싸가지 없던(순화해서, 나쁘게 말하면 왕따 주동하던)애가 있었다. 성적은 또 좋아 수시로 좋은 대학 붙었다. 다들 쉬쉬하는 어른(선생님)의 모습을 보자니 화가 나기도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뭐 나랑 상관없는 얘기니깐 이쯤으로 해둔다.
꼰대와 그 꼰대를 저격하는 20대.
벌써 재작년이다. 재작년에 나 역시 신입사원 자격으로 사내에서 이루어진 <사장님과의 대화>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애로사항에 대해 생각해 오라고 전달받았다. 회사 다니면서 불만은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고, 상사의 애로사항을 사장에게 대신 전달하는 것으로 준비했다.
그때 사장님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 워딩을 그대로 하자면 “과장이 시켰지?”였다. 사장님 눈에는 내가 과장이 시키면 그대로 말하는 앵무새로만 보였던 것 같았다. 이에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라서 조근조근 말했다(사실, 약간 욱함)
‘이 자리는 애로사항에 대해 말하는 곳이라고 들었다. 저는 비록 (애로사항이) 없지만, 이 자리를 통해 문제를 알리고, 해결되었음 바라는 마음으로 전달한 것일 뿐이다.’ 나는 비록 그들의 애로사항을 듣더라도 말할지 안할지는 구분하는 하나의 인격체이다. 하지만, 이들의 눈에는 그저 하룻강아지로밖에 안 보인다는 걸 깨달았다.
하여튼 갑분싸가 이어졌고, 다음 신입 남직원한테 발언권이 넘어갔다. (하지만 다음 사람이 그 정도로 사장한테 아부할지는 몰랐다....용비어천가 저리가라다. 나만 새됐다ㅋㅋㅋ)
책에선 역멘토링(신입사원이 역으로 임원진을 멘토링하는 것) 프로그램을 일례로 제시했다. 직원의 솔직함에 임원진들이 프로그램을 없앴다고 한다. 그니깐 임원진들은 칭찬 들을 줄 알고, 아마 시작했을 것이다. ‘나도 이렇게 젊은이들한테 깨어있어 웅앵웅’ 현실은 그렇게 쉽지 않다. 나 역시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 많이 해봐서 안다.(방금 엄청 꼰대같이 썼다.)
나는 내가 화이트 불편러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들 눈에 화이트 불편러?
미혼 젊은 여성은 입사하고나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수 있다. 당시엔 그게 그거라고 생각 못 든다. 아니 안 든다. 바로 언어적 성희롱이다. 남초 사회라 말하지만 웬만한 공공기관이나 공무원 조직은 빼박 남초다.
그들은 농담처럼, 내가 여행갔다오면 남자친구랑 갔냐며 음흉한 눈빛을 보낸다. 정말, 무례함과 농담의 사이의 엄청난 벽이 있다는 걸 못 느끼는 듯하다. 그럴때마다. 언니랑 같다, 혼자 갔다.(진짜니깐ㅋㅋㅋ)말한다. 이어서 ‘조심하라고 이거 언어적 성희롱인거 아시죠?‘라는 내 말에 난색을 표한다. 이렇게 한 방 먹일 때마다 통쾌하다.
직장에 권태를 느끼는 이유
1위 반복되는 업무(21.8),
2위 업무의욕이 사라져서(18.5)
하... 진짜 난 줄 알았다.
반복되는 업무는 그냥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업무를 할수록 이 업무가 나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면 망한거다. 내가 그랬다. 이 업무를 하면서 ‘그래 뭐,,, 나중에 피가 되고 살이 될거야’라고 생각했는데 피에서 적혈구의 핵정도? 그니깐 별로 도움이 안된다는 소리다. 적혈구에는 핵이 없으니깐ㅋㅋㅋ 이과 티낸다.
업무 의욕이 사라져서가 내가 느낄 땐 제일 크게 차지한다. 의욕이 사라지니깐 반복되는 느낌이다. 회사 다니고 나서 나에 대해 많이 알 수 있었다. 자아성찰 오졌다. 먼저 내가 그렇게 인정욕구가 강한 사람인지 몰랐다. 이 책에서도 20대는 인정을 받아야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책에서는 프로젝트 끼어주는 것, 칭찬하는 것으로 퉁쳐진다. 서무라 말하지만 잡무를 많이 하는 신입 입장에서는 이런 것도 좋지만, 제때 승진 시켜주고, 근평 잘주는게 어찌 보면 더 확실하다고 생각된다. 말로 잘한다 소리 엄청 들었지만 정작 손에 잡히지 않을 때 그 허무함이 컸다. 역시 말은 말일뿐.
작년에 취업한 선배한테 듣는 멘토링 비스무리한 거를 했다.
내가 멘토라니.. ‘멘토’ 라는 미명하에, 강의라는 타이틀로 썰을 풀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부끄럽기 때문이다. 안 할 생각이었는데, 하게 된 이유는 백퍼 천퍼 소정의 강의료 때문이다.(당시 카드값이 좀 많이 나와서;; 덕질 때문에..ㅋㅋㅋ어휴)
그때 당시의 나는 권태라는 늪에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거기서 나의 취업준비기와 언제 무엇을 했는지를 알려줬다. 사실 이런 멘토링은 입사한지 얼마 안된 ‘갓’ 신입사원이 해야지 잘 설명해준다. 그렇기에 나는 n년차라서 양심에 가책을 조금 느꼈다. 좀 당황스러웠던 것은, 나를 너무 대단한 사람처럼 취급한다는 거다. 내가 무슨 말만 하며 오오~ 이런 탄성이 나오는데 진짜 어벤져스인 줄~
나는 으스대는 사람이 아니다. 칭찬은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한다. 그러면서 왜 후배들 만나면서까지 밥사주고 돈 쓰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누군가 자신을 우러러 봐주길, 인정욕구가 강한 사람이라고.
그 때 기분 나빴던 것, 남초과 다니고, 남초 회사 다니면 명예남성화가 된다. 여기서 명예남성은 단순히 ‘흉자’느낌보다는 성격 자체가 남자처럼 된다고. 아니면 원래 이런 성격이 더 발현된건가? 어떤 남학생이 나보고 남자선배(나보다 먼저 멘토링한 대학선배, 입사는 나보다 늦음, 같은 회사다님)보다 나중에 입사했냐고 물었다. 이 말 속에서 '너무나 당연히 후배겠거니'하는 그의 태도. 뭐 아직 20살이니깐 정신머리가 없다고 해두자. 그의 질문에 내가 답했다.
“내가 먼저 입사했는데? 1년 선배야”
기존에는 계속 존댓말로 얘기했다. 앞에 교수님도 계셔서, 그리고 나보다 나이 많다고 반말하는 어른들을 극혐하기 때문이다. 꼰대가 되지 않길 바라는 9n년생이라서. 내 말에 다들 놀라서 오~하는데 좀 민망했다. 기수 따지는 것이 꼰대같아서 싫지만 그 날만은 그러고 싶었다.
스마트한 소비
소비형태를 스마트하다고 정의내린다. 그들은 가성비를 따지고, 나쁜 기업은 불매로 대응하고, 착한 기업은 구매로 화답한다. 이런 것은 90년대생으로 한정 짓기에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똑똑해졌다.
20대들은 호갱이 되지 않기 위해서 가성비를 따진다고 한다. 내 생각엔 돈이 없으니깐 그렇다. 돈만 많으면 에어팟 바로 산다. 없으니깐 비스무리한 2-3만원짜리 차이팟 이런거 사는 거다. 편의점 도시락도 돈이 없으니깐 인기인 것이다. 한 끼 먹는 데 7-8천원인데, 편의점 도시락은 3-4천원으로 끝난다. 88만원세대를 통과하느라 이렇게 진화한 것이다.
이들이 단순히 똑똑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취준했을 때, 아침에 사과하나 싸와서 10~11시 먹고, 점저로 3-4시쯤 봉구스밥버거로 끼니를 때웠다. 계산기 두드려보니 학식으로 두끼 먹는 것보다 저렴했다. 취준하는 것도 돈이 있어야 한다니깐. 머리아프게 뭐하러 시간내서 가성비를 따지며, 도시락도 창렬과 혜자로 왜 나눌까? 다 돈 때문이다. 참 씁쓸하게도.
내가 공기업을 선택했던 이유를 통계자료로 확인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단순히 고용안정성에 공기업을 선택했다. 그 당시 나는 당연한거라고, 옳은 거라고 생각했다.
번외로
일하면서 공기업 or 공무원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너 같은 공무원이 문제라고.’ 찾아와서 기분 나쁘게 하는 할재들.그때 어이없었다. 그래놓고 자기 자식은 공기업 취직 or 공무원 되길 바라는 건 모순아닌가? 뭐 어쩌겠어. 모순 덩어리 그 자체인 우리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각마저 모순이 되버린 건 아닐까?
한 달에 한 권씩 읽는 게 새해 목표인데
다음 책도 얼른 읽어야겠다.
도서리뷰라고 써놓고 내 경험리뷰같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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