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걱정 찐걱정




어느날 갑자기 암이 내 인생에 찾아왔다. 건강 걱정하는 나이도 아니고 하면서 살지도 않았지만 검사 결과 듣던 그 하루가 짧디 짧은 인생을 송두리 채 바꿔났다.


암 걸린걸 아는 순간 눈앞을 눈물이 핑 돌았다. 떨리는 음성을 참으며 물었다. 암이라고 알려주는 의사도 내 눈을 피하며 말했다. 부담스러워하는게 보였다. 들으면 들을수록 진짜 암환자네, 싶었다.


집에 가는 길 다리에는 모래주머니를 맨 듯 무거워졌다. 택시를 잡고 -혹시 몰라 잡아놓았던- 대학병원 예약 날짜를 앞당겼다.



걱정이었다.
회사생활, 암투병, 돈.....머리가 아파왔다.


인터넷 찾아보니 로또암이랜다. 이게 로또면 니들이나 가져라.


집에 가자마자 아빠한테 말했다.
(아빠처럼) 나갑상선암이래


무미건조하게 울지 않고 말하는 내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그러고 아빠는 놀란 소리에 대꾸를 하다 집 밖을 나가셨다. 답답하셨겠지.






이후 제일 친한 과장님께 사실을 알렸다. 첫 반응은 헐.
울지 않고 말한 내 자신에게 치얼스.


동기한테도 소식을 못 전했다. 동기들 중에 내가 제일 어린데, 제일 먼저 암이라니. 얼탱이 없다 이거에요.


발도 안 달린 말이 나보다 빠르더라


같은 팀도 아닌 사람들이 내 건강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신경도 안쓰면서 가십거리마냥 내 건강이 입방아에 오르더라. 괜찮냐는 말만 수십번.


안 괜찮으면 대신 일 해줄것도 아니면서 일은 일대로 주는게 함정.


늘 그렇듯 괜찮다는 말만 수십번 대답했다.

옆팀 여자 선배가 말했다. “씩씩하네”

질질 짜야되는건가? 미친

저번부터 말 거지같이 하는 사람인데 이번에도 그런 말투였다 같았다.

이번 일이 나에게 사람들을 가르는 거름망이 되었다. 진짜 나를 위하고 걱정해주는 고마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

불쌍하게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너무 불쾌하다. 뭐 괜히 찔리니까 그럴수도 있다. 연민의 대상이 된 적도 없고 되어본적도 없는 내가 그런 처지에 처한게 적응이 안된다. 자존심이 세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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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떠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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